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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ghing & Recreating./Pastel's Atelier

예술가의 특이점.

오늘은 파스텔 기법을 알아 보기 전에 잠깐 다른 주제를 포스팅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사실은 좀 더 강한 제목을 쓰려고 했어요. '예술가의 광기', '천재와 광기'...

그런데 그 '광기'라는 것이 예술가를 예술가 되게 하는 어떤 특성이라면,

차라리 특별한 것이라고 얘기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제목을 '예술가의 특이점'이라고 정했습니다.



<The Starry Night>

Vincent Willem van Gogh


정신병의 병리적 판단 기준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에 특정짓기 어렵고, 이런 증상들은 연속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과거에는 조현병을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사람들이라고 하여 영매나 신의 계시를 받은 자로 여겨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또한, 자폐는 자폐증이 있는 사람만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있는 특성이며, 그 드러나는 모습이 다양하고 그 정도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그 기준이 타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고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 병리로 구분하지요. 마치 모든 사람이 혈압이 있는데, 그 정도가 140/100이 넘어가면 고혈압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죠.


일반인에게 나타나는 자폐 현상은 무언가 집중할 때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특정 일에 집중할 때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도 건성으로 듣게 된다면, 그 사람은 지금 일에 집중하느라 자폐 상태에 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스마트폰이나 책에 폭 빠져 있다가 자기가 내려야 할 전철역을 지나치는 경우, 자폐적 성향으로 인해 사회 생활을 하면서 작은 불편을 겪게 되었다고 얘기 할 수 있겠지요.

또한, 우리가 영화를 볼 때, 한 순간 몰입해서 마치 영화가 현실인 것처럼 느끼지만, 막상 영화가 끝나고 스크린이 올라가면, 우리는 그 감동(쾌감)을 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영화를 현실로 착각하여 영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일상 생활을 할 수 없겠죠. 우리에게 조현병적인 특성이 없다면 영화는 영화일 뿐, 거기서 감동 받을 일도, 현실감을 느낄 수도 없을 겁니다. 단지, 어떤 감독이 배우를 모아서 영화를 찍고, 편집한 것을 우리가 스크린을 통해서 보는 것 뿐이니까요.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영화에 푹 빠져서 넋놓고 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떤 사람은 특별한 장면이 아니면 영화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는 우울감도 찾아 왔다가 어느 순간 흥분 하기도 하고, 다시 좌절하기도 했다가 어떤 일로 위로받고 활기를 되찾기도 하지요. 반면에 비교적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구요.

때로는 일반인도 어떤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그 경계가 무너져 정신질환을 겪기도 하지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The Scream>

Edvard Munch


예술가들은 특히 이런 병리적인 단계에 더 근접해 있거나 병리를 겪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유명한 음악가, 미술가, 수학자 등을 비롯해서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에는 사회에 적응을 잘 못해서 생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는 예술가의 창조성을 낯설게 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예술가들의 아이디어는 우리의 상식을 넘는 기발함이 있는데, 그것을 지키기 위한 완고함이 고집이 세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고, 그 특별함이 일반 상식 수준을 넘어서 병리로 판단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작품에 집중하다보면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데, 때로는 그러한 점도 일반인들에게는 좋게 보이지 않는 것 같구요.

그리고 그 예술가의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을 때에야 비로소 그 특이점까지도 예술적 행위로서 존중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 편으로는 반 고흐나 뭉크와 같이 자신의 병리적 문제를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낸 예술가도 있구요.


이렇듯 예술가에게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좀 남다른 특성이 있는 것 같고, 그것이 예술적인 동인이 된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어쩌면 우리와 전혀 다른 것이 그들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가지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그것이 우리 수준을 조금 넘을 뿐이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그들의 행동이나 태도에 좀 더 너그러울 수 있을 것 같고, 그들의 작품이 보다 가깝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반대로, 우리에게 있는 특별함을 조금 더 인정한다면, 예술적 재능이 우리와 아주 상관없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와 관련해서 Ellen Dissanayake는 'Homo-Aestheticus(미학적 인간)'이라는 책을 통해서 인간은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것처럼 제사나 의식, 행사, 놀이의 한 부분으로서 예술을 했던 것이 아니라 예술 자체가 인간의 본능적 특성이었다고 강조했는데요. 일상에서 우리의 예술적 재능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그 과정과 결과를 통해, 좀 더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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